전문가 칼럼 · 재산 평가

기준시가로 신고했는데, 몇 년 뒤 세금이 다시 날아올 수 있습니다

2026. 8. 27 · 함태호 세무사

국세청 사후 감정평가와 부동산 상속세

상속세 신고를 마치고 나면 대개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이제 끝났다.” 그런데 상속세는 신고로 끝나는 세금이 아닙니다. 특히 부동산을 기준시가로 평가해 신고한 경우, 몇 년 뒤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다시 매기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대법원은 이러한 과세가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서울 서대문구의 토지를 상속받은 A씨는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을 약 74억원으로 평가해 상속세 약 27억원을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법인 두 곳에 평가를 의뢰했고, 여기에 납세자가 받은 감정까지 더해 나온 네 건의 감정가액은 110억원에서 121억원 사이였습니다. 과세관청은 그 평균인 약 115억원을 시가로 보아 상속세 약 22억원을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대법원은 왜 적법하다고 보았나

핵심은 상속세가 부과과세 방식의 세금이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상속세와 증여세처럼 과세관청이 결정할 때 비로소 세액이 확정되는 세목에서는, 신고 이후에 이루어진 감정평가라도 시가 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납세자가 신고했다는 사정만으로 평가가 그대로 굳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무제한으로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 평가기간 밖에서 이루어진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려면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고, 특히 상속개시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에 변동을 줄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부과세액의 일부는 취소되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쟁점을 다룬 하급심 중에는 위법하다고 본 판결도 있었습니다. 상속개시일로부터 감정평가서 작성까지 3년 이상이 지났다는 점 등을 들어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입니다. 결론이 갈릴 만큼 다투어지는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세청은 이미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신고가액과 자체 추정 시가의 차이가 큰 부동산을 골라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선정 기준이 차액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되었습니다. 대상도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 이른바 꼬마빌딩에서 점차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703건을 감정평가한 결과, 신고가액 2조 2,252억원이 감정가액 4조 689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896건에서는 신고가액보다 평균 약 75% 높은 가액이 시가로 인정되었습니다.

어떤 재산이 위험한가

아파트처럼 비슷한 물건의 거래 사례가 많은 재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유사매매사례를 찾기 어려운 재산입니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상가와 업무용 건물, 나대지와 같은 토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재산은 기준시가가 실제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신고가액과 국세청 추정 시가의 격차가 그만큼 커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신고 단계에서 감정평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사후에 국세청 감정으로 세금이 늘어나면 본세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산세까지 따라붙습니다. 미리 감정을 받아 신고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 양도소득세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의 평가액은 그대로 나중에 그 재산을 팔 때의 취득가액이 됩니다. 기준시가로 낮게 신고하면 당장의 상속세는 줄지만, 양도할 때 양도차익이 부풀려져 양도소득세로 되돌아옵니다.

셋째, 상속공제 범위 안에 있다면 판단이 훨씬 간단합니다. 배우자가 계시고 재산이 10억원 안쪽이라면 감정평가를 받아 높게 신고해도 상속세는 여전히 0원입니다. 그러면서 취득가액만 올라가 양도소득세가 줄어듭니다. 이 경우에는 감정평가를 받지 않을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정리하면

상속세는 신고서를 접수하는 순간이 아니라 과세관청이 결정하는 순간에 확정됩니다. 기준시가로 신고해 두면 당장은 편하지만, 그 편안함이 몇 년 뒤 가산세를 포함한 추가 세액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 상속재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신고 전에 평가 방법부터 정하시기 바랍니다. 그 판단 하나가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좌우합니다.

본 칼럼은 2026년 8월 기준 법령과 판례, 국세청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참고용 자료에 불과하며, 법률 자문 또는 세무 자문으로서의 효력을 갖지 아니하므로 본 사무소는 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합니다. 개별 계약서, 증빙자료 등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따라 본 칼럼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며, 본 칼럼의 내용을 신뢰하여 행한 판단이나 조치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작성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아니합니다. 확정적인 자문이 필요한 경우 관련 자료를 지참하여 정식 위임 절차에 따른 상담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